짝짓기 잠자리


 잠자리는 어떤 소리를 내면서 울까. 잠자리가 내는 소리는 사람 귀로 들을 수 있을까. 날마다 몇 차례씩 마당에 빨래를 널고 걷으면서 만나는 잠자리를 볼 때마다 잠자리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내 귀로는 도무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다. 아니, 내가 마음을 조금 더 활짝 열지 못했기에 못 듣는달 수 있다. 손가락으로 살며시 건드려도 빨랫줄에서 날아가지 않는 잠자리이다. 눈알을 또륵또륵 굴리면서 나한테 잠자리말을 살며시 건네지만, 나는 좀처럼 못 알아들으리라.

 더없이 좋은 가을 포근한 볕살이라 이불을 말리려고 들고 나온다. 빨랫줄에 척 하니 걸려 하는데 짝짓기 잠자리가 이 빨랫줄을 붙잡았다. 부디 날아가지 말아 주렴 하고 빌며 아주 천천히 이불을 건다. 짝짓기 잠자리는 흔들리는 빨랫줄을 단단히 붙잡는다. 이불을 다 널었다. 이제 집게를 꽂아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아이가 언제 뒤따라 나왔는지 빨랫줄에 널린 이불을 밑에서 쑥 잡아당긴다. 빨랫줄이 철렁 한다. 짝짓기 잠자리는 화들짝 놀라 그만 멀리 날아간다.

 이 녀석. 네 키높이에서는 짝짓기 잠자리가 안 보여서 그랬니? 빨랫줄에 넌 이불이나 옷가지는 놀잇감이 아니라구. 함부로 쑥 잡아당기면 안 돼. 이렇게 하다가 젖은 빨래가 톡 풀려서 흙바닥에 떨어지면 어떡하려고 그러니. 요 녀석. 혀를 쭉 빼물고 내뺀다. (4344.9.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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