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대 옷
춘천에서 시외버스표를 끊고 나서 이십 분쯤 시간이 남았다. 시외버스 타는 곳 옆에 ㅇ마트가 붙었기에 이곳에 들른다. 싸게 파는 반바지가 있으면 살까 하고 생각하지만, 반바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냥 나오려고 하다가 민소매옷을 3000원에 파는 옷걸이가 보인다. 잘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두 벌을 고른다. 열 해 가까이 입던 민소매옷 여러 벌이 구멍나고 찢어져서 더는 못 입을 판이다. 옷값을 셈하고 나온다. 시외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에 새로 산 민소매옷 한 벌을 입는다. 입고서 가슴에 새겨진 글을 읽는다. 알파벳으로 무어라 적혔는데 ‘NAVY’라는 낱말과 ‘AMERICA’라는 낱말이 보인다. 이런, 이 옷은 뭘 기리거나 뭘 말하거나 뭘 보여주는 옷이람?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만든 옷인데, 왜 이런 글을 새겼담? 알파벳으로 뭔가를 새기려 한다고 할 때에도 사람들한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새길 수 없나? 헨리 데이빗 소로우 님이 쓴 글에서 한 줄쯤 따서 적바림할 수 없나? 마더 존스 님이 외친 말에서 한 대목쯤 따서 새길 수 없나? (4344.9.4.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