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를 먹는 나무


 “이게 뭐야?” “응, 나무야.” “이건 뭐야?” “응, 열매인가? 아니, 꽃이구나.” “꽃이야?” “응, 꽃이야.” “여기도 꽃, 여기도 꽃, 여기도 꽃.” 읍내마실을 나와 우체국 들러 하나로마트로 가는 길목, 아이는 길가에서 자동차 먼지를 고스란히 뒤집어쓰느라 잿빛이 되고 만 나무와 풀줄기를 바라본다. 잿빛이 되는 푸른 잎사귀를 쓰다듬고, 먼지를 잔뜩 머금은 꽃을 어루만진다. ‘이 녀석아, 손에 먼지 묻잖아.’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다가 파르르 사라진다. 문득, 내가 우리 아이만 한 나이였을 지난 어느 날, 나도 내 아이처럼 이 ‘먼지나무’와 ‘먼지풀’을 살며시 쓰다듬으면서 걷던 일이 떠오른다. 풀잎과 꽃잎에 앉은 먼지를 내 작은 손으로 닦아내던 일이 두 눈에 겹친다.

 아이는 예쁘다. 나 또한 예쁜 아이로 살던 나날이 있다. (4344.9.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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