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서울


 숨막히는 서울에서 살아가더라도 밭을 일구고 꽃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온통 자동차투성이라 하지만, 자전거를 달리면서 땀을 쏟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직 돈을 버는 일 말고는 다른 데에 눈길을 돌릴 겨를이 없으나, 착하거나 맑거나 곱게 꿈 한 자락 붙잡는 사람이 있습니다. 끔찍한 서울이지만, 모진 서울이지만, 오로지 돈과 기계와 자가용과 허울좋은 이름값이 넘실거리는 서울이지만, 이처럼 슬픈 서울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 까닭이라면, 비틀비틀거리면서도 오순도순 어우러지며 빙긋 웃는 사람이 있는 까닭이라면, 바로 가슴에 사랑씨를 예쁘게 건사하면서 마음밭 보살피는 넋이 곳곳에 살가이 있기 때문일 테지요. (4344.9.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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