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탈 때에
둘째 백날 때에, 둘째를 데리고 모처럼 바깥마실을 나와 두 분 할머니와 두 분 할아버지를 뵈었습니다. 네 어른들하고 바깥밥을 함께 먹는데, 바깥밥을 먹는 곳에서는 시원하게 해 준다면서 에어컨을 틀었습니다. 에어컨을 튼 밥집에서는 땀이 흐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눈이 뻑뻑하고 살이 뻣뻣합니다. 옆지기는 둘째한테 젖을 물리면서 둘째 눈이 에어컨 때문에 벌겋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나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을 거쳐 춘천으로 옵니다. 시외버스를 두 차례 탈 때에 에어컨 바람이 가득하고, 춘천에 닿아 움직이다가 택시를 탈 때에도 에어컨 내음이 가득합니다. 눈이 몹시 아픕니다. 눈물이 다 말라 뻑뻑하고 골이 띵합니다. 하루 내내 시외버스를 몰거나 시내버스를 몰거나 택시를 몰거나 자가용을 몰거나 짐차를 몰면서 에어컨하고 살아내는 사람들은 눈이나 머리나 몸이 어떻게 될까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에어컨을 이렇게 자주 많이 쐬면서도 몸이 무너지지 않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우리 식구 새로 깃들어 살아갈 보금자리로 먼저 찾아가서 네 식구 알콩달콩 지낼 만한가 돌아봅니다. 앞과 옆으로는 논이랑 밭이고, 논 뒤로는 멧기슭이요 다른 옆과 뒤로는 다른 밭이랑 멧자락입니다. 퍽 멀리 전철길과 찻길이 보이지만 차소리와 전철소리는 아스라히 들릴 뿐, 바람과 풀벌레와 멧새가 들려주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나락을 흔들고 풀을 어루만지는 바람이 살랑살랑 붑니다. (4344.9.2.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