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어린이
어머니가 아이 손가락과 발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였다. 아이는 지난해에 이어 봉숭아물을 들였다. 그렇지만, 잠자리에서 몹시 번거롭게 여긴다. 하는 수 없이 손가락을 싼 비닐을 모두 벗긴다. 손을 씻긴 다음 다시 잠자리에 누인다. 지난해에는 곯아떨어진 아이 손가락과 발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였기에 이듬날까지 얌전히 지냈을까. 아이가 일찍 잠들었으면 아이 손가락과 발가락에 한결 짙에 봉숭아물이 배었을까.
하루가 지나고 들여다본다. 고작 한두 시간쯤 쌌을 뿐인데 물이 제법 곱게 남았다. 얼마나 갈는지 모르나 이만큼 얇게 남은 봉숭아물도 고맙도록 곱다. 한 살을 더 먹어 다섯 살에 봉숭아물을 들일 적에는 잘 견디며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으려나. (4344.9.1.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