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8.26.
 : 새 사진기 들고 첫 마실



- 그동안 목걸이처럼 쓰던 무겁고 큰 사진기를 내려놓는다. 새 보금자리로 옮길 때부터 옆지기하고 아이가 쓰도록 마련한 자그맣고 가벼운 사진기를 목에 건다. 새로 장만한 사진기는 목에 걸든 손에 쥐든 무게를 느끼기 어렵다. 참 가볍고 작다. 참 가볍고 작은데, 화소수는 내가 여러 해째 쓰는 무겁고 큰 사진기하고 엇비슷하다. 어느 모로 본다면, 자그맣고 가벼운 디지털사진기는 커다랗고 무거운 디지털사진기보다 화소수가 높다.

- 자그맣고 가벼운 사진기는 완전수동으로 놓고 빛느낌이나 빛깔이나 그림자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웬만한 자리에서는 자동으로 찍어야 한다. 웬만한 자리에서는 자동으로 불을 터뜨리거나 감도를 높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 잘 안 나온다. 그러나, 이 사진기를 목에 걸고 언덕을 넘을 때에는 목이 안 아프고 몸이 덜 고단하다.

- 읍내 찐빵집에 들러 만두랑 찐빵을 산다. 아이가 찐빵집 할매와 할배 앞에서 까르르 웃으면서 논다. 둘째는 갓난쟁이라 하지만 워낙 얌전한데, 첫째는 갓난쟁이 때부터 다른 사람한테 덥석 잘 안기고 잘 웃으며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크면 클수록 귀여움을 더 많이 받는다.

- 옆지기가 먹고 싶다 해서 피자를 산다. 몇 번 들르지 않았으나 그동안 가던 피자집은 ‘맛은 있으나 마음씨가 차가웁’기에 내키지 않는다. 오늘 새로 간 피자집은 ‘맛은 떨어지지만 마음씨가 차가웁지 않’다. 나는 맛이 더 나은 데로 가지 못한다. 애쓰고 힘써도 맛을 더 낫게 하지 못할는지 모르지만, 착하거나 따스히 일하는 사람들 가게에서 물건이나 먹을거리를 사고 싶다. 나는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자리보다 집식구하고 더 사랑스레 어울릴 겨를을 낼 수 있는 일자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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