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8.13.
: 내장 터진 개구리와 빗길
- 장날은 어제 읍내로 나오려 했지만, 비가 너무 쏟아지는 바람에 길을 나서지 못했다. 13일인 오늘도 낮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아침에는 비가 멎었기에 아이와 함께 읍내로 마실하기로 한다. 오늘 어떤 먹을거리를 장만해야 하는가를 수첩에 적는다. 당근, 양배추, 마늘, 무, 양파, 오이.
- 아이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탄다며 좋아한다. 아이를 수레에 앉히고 띠를 채우는데, 띠에 핀 곰팡이가 보인다. 비가 끝없이 내리니 이 띠에까지 곰팡이가 앉는가.
-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읍내로 가는 오르막에서 신나게 땀흘리며 오르다가 개구리 한 마리를 본다. 개구리는 내장이 다 튀어나왔고 머리가 어디론가 날아갔다. 자동차에 치이고 밟혀 죽은 개구리 주검을 지나친다. 조금 가다가 자전거를 돌려 개구리 주검 자리로 돌아온다. 딱하게 죽은 개구리한테 고개를 숙인 다음 사진을 찍는다. 수레에 앉은 아이가 고개를 내밀며 죽은 개구리를 바라본다.
- 읍내에 닿을 무렵 빗방울이 듣는다. 우리 집에도 빗방울이 들을까. 집에 전화해서 마당에 내놓은 빨래를 걷으라고 이야기한다.
- 가게에 들러 오늘 장만할 먹을거리를 장만해서 가방에 담는다. 자전거집에 들러 내 자전거 뒷바퀴 옆자리에 깃대꽂이를 단다. 깆대꽂이에 구멍을 내어 뒷바퀴 버팀쇠 한쪽에 붙인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빗줄기가 굵어진다. 수레 안쪽에 물이 튀지 않도록 종이상자 하나를 펼쳐서 깐다. 아이한테 비옷을 입으라 한다. 덮개를 닫는다. 나도 비옷을 입는다. 빗줄기가 아주 거세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들이붓는다. 들이붓는 빗줄기를 가르며 달리자니 죽을맛이다. 아이는 수레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할까. 덮개를 후려치는 무시무시한 빗줄기를 아이는 어떻게 느낄까.
- 빗줄기는 숯고개 오르막까지 가늘어지지 않는다. 숯고개 오르막에 닿을 무렵 빗줄기가 잦아든다. 참 사람을 애먹이는 비로군요, 하고 생각하다가는, 그래도 이렇게 고갯마루부터는 비가 그쳤으니 고맙군요, 하고 인사를 한다.
- 아이는 고갯마루에 닿을 무렵 잠든다. 덮개를 덮은 채 내리막을 달린다. 비탈논에서 넘치는 물이 내리막길을 적신다. 흐르는 물이 자전거로 쏟아진다. 집에 닿으니 온몸은 비와 땀으로 범벅이고, 아이는 새근새근 잘 잔다. 자는 아이 비옷을 살며시 벗기고 살살 안고 자리에 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