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8.10.
 : 사진기는 살짝 내려놓고



- 읍내로 후다닥 볼일을 보러 나가는 길. 아이는 집에서 어머니하고 영화를 보기로 하고 아버지 혼자 나선다. 아버지 혼자 길을 나설 때에도 으레 사진기를 챙기지만, 비가 하도 끊이지 않기에 오늘은 사진기를 내려놓고 나선다. 아이를 수레에 태우지 않는데다가 사진기까지 집에 내려놓고 나서는 마실길은 참 따분하다.

- 오가는 자동차가 거의 없는 시골길을 달리는데, 이런 길을 달리면서도 아주 가끔 보는 얄궂은 자동차가 꼭 있다. 오가는 자동차가 거의 없다지만, 길가에 함부로 대는 자동차들. 이들은 왜 아무 데나 자동차를 댈까. 읍내에서든 시내에서든 똑같은데, 자동차를 모는 이들은 저희 볼일을 보자며 아무 데나 차를 세운다. 자동차가 한 줄로 죽 섰어도 옆에다가 새로 차를 멈춘다. 뒤에서 지나갈 차가 지나가지 못하게 길을 막으면서 저희 볼일을 버젓이 본다. 무슨 마음일까. 무슨 생각일까. 어떻게 이런 못된 버릇이 들었을까. 왜 이런 못난 매무새로 살아갈까.

- 길바닥을 기어가는 개미를 본다. 언제나 개미를 본다. 자그마한 벌레가 내 앞을 볼볼볼 기어갈 때면 얼른 뒷거울을 보며 뒤따르는 자동차가 있는가를 살핀다. 내 자전거 바퀴가 벌레를 밟지 않게끔 요리조리 비껴 달린다.

- 읍내를 다녀오는 그닥 길지 않은 시골길에서 수많은 주검을 늘 보아야 한다. 어떠한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죽음이요, 어떠한 사람도, 환경운동 일꾼도, 진보 지식인도, 우익인사도 헤아리지 않는 죽음이다. 길바닥 개미와 길바닥 나비를 바라보는 내 자전거는 바보스럽거나 어리석은 자전거일까.

- 길은 자꾸 넓어진다. 길은 끝없이 늘어난다. 사람이 사람다이 오갈 길은 좀처럼 늘지 않는데다가, 사람이 사람다이 오가던 길은 이 옆을 싱싱 달리는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 때문에 숨이 막힌다.

- 읍내에서 몇 가지 먹을거리를 장만하고 우체국을 들르고 한 다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끔찍한 사람들을 겪다. 이들은 아무런 자동차가 오가지 않는 호젓하며 고즈넉한 시골길에서 시끄러이 빵빵대며 내 옆을 스쳐 지나가더니, 이렇게 스쳐 지나가면서 담뱃재를 탁탁 턴다. 너무 어처구니없지만, 막말이나 거친 짓을 하고 싶지 않지만, 오른손을 들어 가운뎃손가락을 쭉 뻗으며 앞으로 휘젓는다. 이들이 내 몸짓을 볼 일은 없겠지. 이들은 어디에서나 이렇게 살겠지. 부디, 사람 치지 말고 멧짐승 다치지 말면서 자동차를 몰기를 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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