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


 옆지기하고 살아가면서 시를 쓴다. 첫째를 낳아 셋이 살아가면서 시를 쓴다. 둘째를 낳아 넷이 살아가면서 시를 쓴다. 하루하루 살아내면서 시를 쓴다. 시골자락 집을 얻어 지내면서 시를 쓴다. 새로운 시골 보금자리를 꿈꾸면서 시를 쓴다. 밤새 울음소리 그치지 않는 풀벌레가 어디쯤 깃들며 이렇게 노랫소리 나누는가 귀를 기울이면서 시를 쓴다. 노랗게 물드는 두릅나무 잎사귀를 날마다 바라보면서 시를 쓴다. 길디긴 비가 그치고 파란 빛깔 하늘을 살짝살짝 보여주는 새날을 맞아들이면서 시를 쓴다. 백날을 맞이한 둘째한테 베풀 흰떡을 받으러 가는 길을 어림하면서,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릴 때에 무슨 소리와 무슨 냄새와 무슨 기운을 받아들이려나 꿈꾸면서 시를 쓴다. 아침에 일어나 동생하고 놀다가 피아노를 두들기는 첫째 아이 모습을 바라보면서 시를 쓴다. 사랑스러운 작은 집에서 사랑스러운 작은 사람들과 살아가기에 사랑스럽고 자그마한 시를 쓸 수 있다. (4344.8.2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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