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를 바라보다


 아이를 안고 택시 앞자리에 앉으며 달리다가, 또 차를 얻어타고 아이를 안으며 앞자리에 앉아서 달리다가 길바닥을 기어가는 개미를 바라본다. 개미를 바라보고 사마귀를 바라보며 자그마한 지렁이와 꼬물꼬물 벌레들을 바라본다. 내가 얻어타는 자동차 바퀴가 이 벌레들을 밟는다고 느끼며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아슬아슬 비켜 갈 수 없구나 싶으며 가슴이 저민다.

 걸어가는 사람이면서 발밑에 벌레가 깔려 죽는 줄 못 느끼는 사람이 무척 많다. 나는 땅밑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 발 두 발 디딜 때에 발밑에 벌레가 깔릴 듯하면 어? 하고 느끼며 발을 옆으로 옮긴다. 자전거를 몰면서도 길바닥에서 날개를 말리는 나비나 잠자리가 있을 때에, 또 다른 자동차에 치이거나 밟혀서 죽은 나비나 잠자리가 있을 때에, 사마귀가 섰을 때에, 방아깨비가 노래를 할 때에, 부디 이 벌레들이 내 자전거 바퀴에 으깨지지 않기를 바라며 자전거 손잡이를 살짝살짝 돌린다.

 사람들은 길에 선 벌레를 바라보거나 길을 걷는 개미를 살필 줄 모를까. 길에 선 벌레를 바라보거나 길을 걷는 개미를 살피는 사람이 어딘가 얄궂은가. 문득 내가 참으로 바보스럽거나 이 나라 이 땅에 하나도 안 어울릴 만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낀다. 자전거 수레에 아이를 태워 읍내 마실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 몹시 외롭다. (4344.8.2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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