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


 자전거를 몬다. 아이를 태우고 읍내에 다녀온다. 작은 아이는 수레에 태울 수 있다. 어른은 몸무게가 아무리 가볍다 하더라도 수레에 못 탄다. 작은 아이라서 이 수레에 탈 수 있다. 읍내에 닿는다. 작은 아이는 콩콩콩 뛰듯 걷는다. 작은 아이 키높이에서 바라보자면 골목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자동차는 몹시 무시무시하다. 자동차를 모는 이들로서는 조그마한 아이 때문에 차를 갑자기 멈추어야 한다고 여길는지 모르지만, 골목에서는 빠르기를 아주 늦추어야 옳다. 아니, 커다란 자동차를 골목까지 밀고 들어오며 다녀야 할 까닭이 있을까.

 읍내에 다녀오고 나서 아이를 씻긴다. 네 살 아이는 저 하고픈 대로 하면서 말을 안 들을 때가 잦지만, 아이가 하고픈 대로 말하지 않으니까 말을 안 듣는다 할 수 있겠지. 씻고 싶은 아이한테 씻자고 하면 금세 쪼르르 달려온다. 씩씩하게 옷을 잘 벗고, 땀에 젖은 옷을 빨자고 하면 이내 알아듣는다. 벗은 옷을 아버지한테 건넨다.

 따순 물은 미리 받았다. 아이를 씻긴다. 오늘은 몸이 많이 힘들기에 때밀이는 하지 말까 하고 비누만 바르다가,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때를 밀어 본다. 때가 시원스레 나온다. 이렇게 시원스레 때가 나오는데 내가 좀 힘들다 해서 때밀이를 미루면 아이는 찝찝하겠지. 나는 내 손이 크다고 느낀 적이 없으나, 아이 팔뚝 때를 밀고 어깨와 등허리와 엉덩이와 두 발바닥을 문지르다 보면, 아이가 느끼기에 아버지 손이 얼마나 크랴 싶다.

 저녁 열 시가 되도록 잠을 안 자고 놀겠다는 아이가 겨우 잠이 든다. 자리에 눕고도 한 시간 가까이 떠들면서 노는 아이 이마를 쓰다듬고 손을 잡는다. 아이 손은 아직까지 참 작다. 앞으로 한 살 두 살 더 먹고 열 살을 더 먹고 나면 아이 손이랑 아버지 손이랑 엇비슷한 크기가 될까. 그때까지 아이는 참으로 작은 아이일 테지. 작은 아이하고 살아가는 큰 어버이라 한다면, 큰 어버이는 아이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사람이어야 좋을까. 더 따뜻할 사람이 되기보다 늘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야지. (4344.8.2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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