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을 깎는 평화
늦은 저녁이 되어도 첫째는 잠들지 않습니다. 더 놀고 싶으니 잠들지 않겠지요. 불을 끄고 자리에 눕지 않았으니 잠들지 못하겠지요. 아버지는 손톱깎이를 꺼냅니다. 아이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아버지는 먼저 아버지 손톱을 깎습니다. 빨래를 할 때에 자꾸 손톱이 바닥에 긁히기에 얼른 깎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날이 지나도록 좀처럼 손톱깎이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오늘 비로소 꺼내어 집습니다. 한쪽 손을 다 깎고 다른 손을 깎을 무렵 아이가 저도 깎아 달라 합니다. 아버지 다 깎은 다음 깎을 테니 기다리라 말합니다. 아버지는 발톱도 깎으려 했지만 발톱 깎는 일은 잊고 아이 발부터 살핍니다. 아이 발톱을 먼저 깎습니다. 발톱을 다 깎으니 아이가 손을 척 내밉니다. “손에 힘 빼야지.” 조그마한 손가락을 살며시 쥐고 더 조그마한 손톱을 천천히 깎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 손톱도 못 깎으면서 여러 날 지났을 뿐 아니라, 아이 손톱 또한 못 깎으며 여러 날 보냈다고 깨닫습니다. 아이 손발톱을 다 깎고 손톱깎이를 제자리에 놓습니다. 이윽고 잠자리에 들면서 퍼뜩 떠올립니다. 아이고, 내 발톱은 못 깎았네. (4344.8.25.나무.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