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잘 씻는 아이


 석 돌을 지난 네 살 첫째가 손을 씻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손씻이가 영 어설프다고 느꼈으나, 이제는 제법 잘 비빕니다. 낯을 씻을 때에도 이마부터 턱까지 잘 문지릅니다. 이제 됐구나, 아니 이제 이렇게 씩씩하며 멋진 어린이가 되었구나, 하고 느낍니다. 팔월 들어 비로소 고개를 내민 햇살이 아스팔트길을 따뜻하게 데웁니다. 시골자락에도 흙길은 거의 없습니다. 시골에서 시멘트길을 찾기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제 시골길도 으레 아스팔트길입니다. 다만, 도시처럼 자동차가 쉴새없이 드나들지 않습니다. 아이는 햇살 내리쬐는 따뜻한 아스팔트길에서 맨발로 걷습니다. 발바닥으로 넓게 스며드는 따순 기운이 좋겠지요. 아이가 따순 기운을 받아들일 흙길이 있는 시골이라면 더없이 좋을 테지만, 어른들은 흙길을 놔두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흙길일 때에는 비가 오고 나면 흙탕이 되고 파여서 자동차가 오가기 나쁘다’고 하면서 모조리 시멘트로 뒤집어씌우거나 아스팔트를 덮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맨발로 흙 기운과 햇살 기운 받아들일 살가운 자리를 한 뼘만큼도 놔두지 않습니다. 흙길을 흙길인 채 두며 텃밭으로도 돌보지 않고 그저 놀이터로 삼을 생각조차 없습니다. 고작 한두 평조차 아이들 놀이터로 놀리지 않습니다.

 아이야, 네 어버이는 땅 한 평 사서 가질 만한 돈마저 없는 사람이란다. 아니, 한두 평이나 열 평까지는 살 만한지 모른다. 그러나 너와 내가 흙길을 밟을 만한 자리에 꼭 한두 평이나 열 평만 땅을 팔 땅임자는 어디에도 없겠지. 아무쪼록 무럭무럭 씩씩하고 다부지게 잘 자라렴. 네가 씩씩하고 다부지게 손을 잘 씻듯, 네 동생한테 손씻이를 잘 가르치렴. (4344.8.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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