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빨래 어린이


 아버지가 조용히 마당으로 나와서 조용히 빨래를 넌다. 아이는 어느새 알아차리고는 아버지가 빨래를 다 널 즈음 밖으로 따라나온다. 그러나 벌써 다 널었는걸. 아이는 한창 신을 꿰려 하는데 아버지 혼자 볼일을 마치고 “이제 들어가자.”라 말하면 얼마나 서운할까.

 아이를 불러 함께 빨래를 널 때에 아이는 온갖 심부름을 도맡으려 한다. 빨래를 한 장씩 집어 탁탁 털고 싶으며, 이 빨래를 줄에 널고 싶다. 줄에 넌 빨래에 집게를 집고 싶다. 세 가지 모두 아이가 할 수 없다. 그렇지만 통에서 빨래를 한 점씩 집어서 건넬 수 있으며, 줄에 넌 빨래에 걸상을 받치고 올라서서 집게를 하나하나 집을 수 있다.

 다 마른 빨래를 걷을 때에 아버지처럼 저도 어깨에 걸치고 싶다. 다 마른 빨래를 저한테 건네지 않으면 몹시 아쉽게 여긴다. 덜 말라 젖은 빨래는 주지 않는다. 덜 말라 젖었다 말해도 곧이듣지 않는다. 덜 말라 젖었더라도 제 어깨에 걸쳐 집으로 들어가겠단다.

 시골에서 한 해를 살아낸 이 집은 우리가 마련한 집이 아니다. 고맙게 얻어서 지낸 집이다. 도시에서 살던 나는 새 살림집을 알아볼 때에 언제나 씻는방 넓은 데를 살폈다. 빨래를 펼쳐서 하기에 좋을 뿐 아니라, 한쪽에서 아이가 물놀이를 하거나 함께 빨래놀이를 할 만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씻는방은 이불을 웬만큼 펼쳐서 빨래할 수 있을 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얻어서 지낸 이곳 시골집은 씻는방이 아주 좁다. 수도꼭지는 너무 낮다. 여느 빨래를 할 때조차 허리가 아프다. 물이 샌다. 아이를 씻기기에도 벅차다.

 너른 씻는방이 있던 도시 골목집에서 아이는 날마다 아버지하고 빨래놀이를 했다. 시골집으로 옮기고부터는 빨래놀이를 도무지 못 한다. 좋은 흙과 고마운 햇살과 반가운 바람과 싱그러운 푸나무가 있어 아름다운 시골자락에서, 느긋하게 빨래하며 기쁘게 놀이를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재미날까. (4344.8.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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