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먹기


 옆지기와 아이가 수박을 잘 먹는다. 내 어릴 적을 떠올리면, 나도 수박을 잘 먹었다. 수박을 먹으려는 아이한테 말한다. 수박을 먹고 싶으면 네 밥부터 다 먹어야지. 옆지기가 나한테 아이를 도와주라 말한다. 아이가 스스로 밥그릇을 싹싹 비우지 못하니까 싹싹 비워 주라 말한다. 바지런히 밥을 다 먹고 수박을 먹고픈 아이한테 다가간다. 옆지기랑 나는 일찌감치 밥을 다 먹었으나, 아이는 딴짓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며 밥자리에서 늘 늑장이다. 그렇지만, 수박을 앞에 놓으니 바쁘다. 밥을 훑어모으려 하는데, 아이가 하지 말란다. 아이 스스로 하겠단다. 그러니? 여태 언제 네가 그런 적이 있든? 가만히 바라본다. 아버지가 하듯 싹싹 훑는 시늉을 한다. 시늉이 제법 그럴싸하다. 시늉은 그럴싸하지만 잘 안 되니까 밥그릇을 한손에 들고 입에 대면서 다른 한손으로 숟가락을 들어 입에 퍼넣는다. 이제 밥그릇을 싹싹 비웠다. “싹싹 비웠어요!” “그래, 잘 했어요. 수박 먹어요.” 처음 제 스스로 싹싹 비우기를 해낸 네 살 아이는, 이튿날부터 따로 말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싹싹 잘 비운다. (4344.8.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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