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68] 밑앎
나는 자가용을 몰 줄 모릅니다. 옆지기는 운전면허증이 있으나 자동차를 몰지 않으며, 우리 집에는 차를 굴릴 만한 돈이 없습니다. 아이가 둘 있으니 자가용이 있으면 돌아다니기에 한결 수월할는지 모릅니다. 자가용이 없으니 모든 짐을 등과 어깨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찻길이 구석구석 잘 뚫린 이 나라에서는 자가용으로 못 갈 만한 데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자가용이 없으니 두 다리로 먼길을 걷지 못합니다. 두 다리로 걸으니 한손에는 사진기를 쥐고 한손에는 아이 손을 잡으며 멧길을 오르내립니다. 바람소리를 듣고 풀내음을 맡으며 흙기운을 받아들입니다. 햇살을 쬐고 바람을 맞으며 푸나무를 바라봅니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학교를 다녀야 할까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에 무엇을 배우거나 받아들일 만한가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운전면허증을 따야 할까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신문을 읽거나 방송을 보면서 시사상식이나 기본지식을 익혀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하나도 모르는 것투성이입니다. 온통 모르는 것투성이입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풀과 나무와 벌레와 새와 온갖 짐승을 예쁘게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이 살아갈 밑앎을 건사할 줄 안다면, 어버이로서 더 바랄 나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4344.8.14.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