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 빨래


 여름철, 아침 낮 저녁으로 새로운 빨래가 나온다. 땀에 흠뻑 젖은 딸아이 옷을 벗겨 씻기면서 딸아이 옷을 빨래한다. 옆지기가 씻을 때에도 새로운 빨래가 나온다. 요즈음, 옆지기는 시골에서 살아가며 멧자락 마실을 즐기는 동안 차츰차츰 몸이 좋아졌기에 제 빨래랑 아이 빨래를 즐거이 해내곤 한다. 나는 내 땀에 젖은 옷을 하루쯤 묵히거나 이틀쯤 버티다가 빨래한다. 자전거로 읍내마실을 하고 나서는 빨래하는데, 이때에 맞추어 땀에 절은 옷을 묵혔다가 마실을 하며 입는다 하겠다. 그러니까 여름철 빨래란 쉴새없이 빨고 말리며 또 빨고 다시 말리는 삶이다. 비라도 퍼붓는다든지 장마가 끊이지 않을 때에는 죽어난다. 날마다 몇 차례씩 빨래를 하고 또 해도 제대로 마르지 않는 빨래가 옷 집안에 가득 걸린다.

 겨울철, 보일러가 도는 때에 맞추어 빨래를 한다. 겨울철에도 하루에 여러 차례 빨래를 하는데, 되도록 새벽에 많이 한다. 새벽에 많이 해서 따뜻해지는 방에 널었다가 아침에 해가 난다 싶으면 해가 비치는 마당에 내다 넌다. 겨울철에는 잠자리에 들면서 빨래를 마저 한다. 잠들면서 방에다 너는 빨래는 보일러가 자주 돌며 물기가 다 마르는 집안을 보듬는 노릇을 한다. 어는 손이 곱는 아픔을 느끼며 빨래를 하며 생각한다. 이제 머잖아 따순 봄이 찾아오면 차디찬 물로 멱을 감으면서 빨래를 신나게 해치울 수 있겠지. 그러니까 겨울철 빨래란 햇살을 그리는 애틋한 사랑이 감도는 삶이다. 눈이라도 퍼붓는다든지 온 집안이 꽁꽁 얼어붙도록 추운 날씨가 되면 참으로 고약하다. 한낮에 해가 잘 드는 마당에 빨래를 널어도 얼어붙기 일쑤이니까. 그나마 겨울철에는 아이가 옷을 여러 벌 껴입으며 여러 날 지내니까 날마다 옷가지가 끝없이 안 나와서 좋기는 한데, 한 번 옷을 빨자면 두껍고 길다란 옷가지가 잔뜩 쏟아지니 등허리가 휜다.

 백 번 즈믄 번 입이 아프도록 되풀이하지만, 나와 옆지기는 빨래기계를 들일 마음이 없다. 고달픈 빨래를 해내면서 하루하루 살아숨쉬는 맛을 느끼는걸. (4344.8.13.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