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거미줄 책읽기


 칠월에 이어 팔월에도 해를 보기 어렵다. 햇살 구경하기 어려운 나날이 이어진다. 햇살을 구경하기 힘들다는 소리는, 빨래를 해서 말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빨래를 해서 말리기 어려우니까, 이불 빨래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불을 햇볕에 보송보송 말리지 못한다.

 몇 시간째 그치지 않던 비가 새벽에 이르러 겨우 그친다. 가까스로 한숨을 돌린다. 빗소리를 좋아하지만, 몇 시간 내리 퍼붓는 빗소리는 하나도 달갑지 않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

 새벽에 그친 빗소리에 이어 새벽 다섯 시 이십 분부터 매미 우는 소리가 찾아든다. 아침이 되니 매미랑 온갖 풀벌레가 함께 우는 소리가 스며든다. 낮나절 먹을 쌀을 씻어서 불리다가 부엌 조그마한 창문으로 텃밭 쪽을 바라보는데 거미줄에 걸린 물방울이 보인다. 빗물이 걸렸을까, 이슬이 걸렸을까. 멧자락 안개가 걸렸을까. 멧꼭대기 쪽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걸려 햇살을 가로막는다. 이 구름이 걷혀야 모처럼 마당에 내놓은 빨래가 잘 마를 텐데. 하늘에 구름이 사라져야 이불을 빨래할 텐데.

 《인간의 벽》 둘째 권을 오랜만에 집어든다. 석 달 만에 집어들었나. 석 달 앞서 읽었으면 생각밭을 더 깊이 가다듬을 수 있었을까 어림한다. 오늘 읽기에 오늘부터 생각밭을 더 알뜰히 일굴 수 있나 헤아린다. 석 달 뒤, 또는 세 해 뒤, 아니면 서른 해 뒤 읽는다면 뒤늦게나마 생각밭을 더 널리 돌볼 수 있나 곱씹는다.

 어제는 어제대로 아름다운 날이었고, 오늘은 오늘대로 아름다운 날이다. 하루를 지내고 또 하루를 지내는 새로운 날은 새롭게 아름다울 날이 되겠지. 이시카와 다쓰조 님이 느낀 높직한 사람울타리는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어김없이 걷히지 않을 테고, 사람울타리를 세우는 사람은 사람울타리가 무언가를 깨닫지 않는데다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슬프며 안쓰러운 나날을 느끼지 못하겠지.

 해가 나면 거미줄 이슬 또는 물방울은 마른다. 거미는 새 먹이를 기다리며 숨죽이리라. (4344.8.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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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3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1-08-13 14:45   좋아요 0 | URL
오... 시까지 띄워 주시고,
고맙습니다~~ ^^
이러한 시를 쓰는 분이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