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책읽기
첫째 아이랑 살아오던 나날을 돌이키면 둘째 아이랑 살아가는 나날이란 가없이 홀가분합니다. 첫째 아이는 저녁에 재울 때부터 벅찼고, 밥을 먹일 때에도 힘겨우며, 무얼 할 때마다 손이 많이 갔습니다. 둘째 아이는 얌전히 잠들고, 밤에 자주 깨어 힘들게 하지 않을 뿐더러, 손이 퍽 덜 갑니다. 이렇게 착한 아이라면 열이라도 돌볼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저녁에 잠들지 않으려고 악이나 떼를 쓴대서 나쁜 아이가 아닙니다. 밥자리에서 자꾸 딴짓을 하니까 못된 아이가 아닙니다. 이모저모 손이 많이 가기에 얄궂은 아이가 아닙니다. 얌전하건 개구지건 똑같이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아이요, 손이 많이 가건 적게 가건 한솥밥을 먹는 살붙이입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말을 잘 들을 때에 착한 아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냥 말을 잘 듣는 아이입니다. 마음을 착하게 쓰면서 살아갈 때에 착한 아이라고 느낍니다. 책을 많이 읽거나 자주 읽을 때에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저 책을 많이 읽은 아이라 할 뿐입니다. 스스로 읽은 책에서 얻은 앎을 사랑하면서 스스로 몸으로 부대끼는 삶을 곱게 맞아들일 때에 비로소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고 느낍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착하게 살아가면서 책을 좋아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4.8.11.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