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66] 집짓기

 집을 짓는 일이 ‘집짓기’가 아니게 된 지 하루하루 흐릅니다. 오늘날에는 집짓기를 찾아보기 몹시 어렵습니다. 이제는 어디에서나 ‘건축’을 하고 ‘건설’을 하며 ‘리빌딩’을 합니다. 집이 집이 아니며, 집을 짓는 삶이 집을 짓는 삶이 아닙니다. 집을 짓지 않기 때문에, 이 땅에서 오래오래 이루어지던 집삶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든 저곳에서든 볼 만하도록 짓는 집조차 아닙니다. 다 다른 사람이 다 달리 아름다운 삶을 일구는 집은 처음부터 없습니다. 쓰레기가 될 집만 짓는 요즈음 흐름입니다. 집 한 채를 지어 즈믄 해를 버텨야 하지는 않으나, 백 해 뒤에 헐든 이백 해 뒤에 허물든, 집을 허물며 나오는 조각조각으로 새 집을 지을 수 없다면, 이 모든 건축과 건설과 리빌딩은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 될 뿐입니다. 그런데, 이 땅에서 백 해 뒤까지 헤아리며 짓는 집이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집을 얻어 살아가는 우리들부터 집을 짓지 않고 돈을 들여 부동산을 장만합니다. 집 아닌 부동산이고, 보금자리 아닌 재산이 되고 맙니다. 한 땀씩 품을 들여 가꾸는 살림살이요, 하나씩 마음을 들여 다스리는 삶터입니다. 학문에 앞서 삶이어야 하고, 돈벌이보다 삶을 살펴야 합니다. 건축학을 배우는 젊은 넋이 아닌 보금자리에 깃들 따순 사람들 고운 사랑을 얼싸안아야 할 푸른 넋이어야 합니다. (4344.8.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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