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글쓰기 2


 바람 소리에 모든 숲 소리가 잦아든다. 물결치듯 바람이 불고, 소나기 몰아치듯 바람이 분다. 이 바람은 태풍 끝자락이 일으키는 바람일까. 모기장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땀이 식는다. 등줄기가 시원하다. 새 보금자리 알아본다며 엿새 동안 시외버스와 자가용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겼더니 몸이 아주 무너져내렸다. 나는 시골집에서 받아들이는 이 바람이 좋다. 기름을 태워 돌리는 에어컨 바람이 아닌, 멧자락을 타고 부는 이 바람이 좋다. 비가 오더라도 바람을 안은 비가 좋고, 더위를 가시며 잎사귀 나부끼는 소리를 머금는 바람이 좋다. 바람은 눈에 안 보인다고 하지만, 눈으로 보지 않는 사람한테는 먼 옛날부터 살결로 느끼며 마음으로 마주하던 벗님이다. 온누리를 눈으로만 보거나 느낄 수 없다. 코로 맡으며 느낀다. 귀로 들으며 느낀다. 혀로 맛보며 느낀다. 살로 부비며 느낀다. 마음으로 헤아리며 느낀다. 바람은 잘 보인다. 바람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고 느낀다. 찬바람하고도 살고, 더운바람하고도 산다. 산들바람도 맞고, 회오리바람도 맞는다. (4344.8.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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