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이 아프다


 집 곁에 멧자락이 살포시 감싸는 시골집이기에, 아침저녁으로 아이 손을 잡고는 멧길을 오르내릴 만한 살림집을 찾는 일은 어려울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 멧자락에서 아이 손을 잡든 혼자 거닐든, 아침저녁으로 두 다리로 천천히 조용히 멧길을 오르내리는 사람은 우리 식구 말고는 없습니다. 이 멧자락에서 멧새 소리를 가만히 귀기울여 듣고, 멧골을 스치는 멧바람이 멧자락 멧나무 잎사귀를 스치는 소리를 즐거이 듣자면 자가용이든 오토바이이든 짐차이든 타서는 안 됩니다. 자동차 엔진은 이 모든 소리를 잡아먹을 뿐 아니라, 자동차 엔진이 타면서 나오는 배기가스와 자동차 바퀴가 긁으며 바스라지는 고무 찌끄레기는 멧자락을 어지럽힙니다.

 좋은 멧골집을 얻기는 틀림없이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시 한복판에서 벗어나며 이 멧골집으로 들어와 한 해를 살 수 있었듯, 호젓한 멧골자락을 호젓하게 즐기지 못하는 사람으로 둘러싸인 곳이 아니라, 호젓한 멧골자락을 호젓하게 즐기는 우리 살붙이가 느긋하게 머물며 뿌리내릴 시골집을 꼭 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다만, 이 책들을 함께 짊어지고 들어설 만한 시골집까지는 없겠지요. 어쩔 수 없이 책들은 곰팡이가 덜 피는 도심지 건물로 옮기고, 네 식구 살아갈 보금자리는 멧자락한테 살포시 안긴 곳으로 찾아야겠지요.

 새 보금자리를 찾자며 엿새를 돌아다니면서 몸이 무너져내려 사흘째 골골거립니다. 옆지기는 나흘째 집일을 도맡아 줍니다. 얼른 몸을 추슬러야 할 테지만 띵한 골이 좀처럼 깨어나지 않습니다. 어디로 가야 좋을까를 얼추 헤아렸지만 아직 자리가 나지 않았고, 살림집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 고단한 일을 풀어야 내 몸도 천천히 깨어나면서 힘이 나겠지요. 마냥 드러누울 수만 없어서 몇 시간씩 뻗어 끙끙 앓다가 셈틀을 켜고 글조각을 붙잡지만 이내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잠든 살붙이들 이마를 쓰다듬으며 나부터 기운을 내자고 생각합니다. (4344.8.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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