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책 읽기, 모르는 책 읽기


 아는 사람은 저 스스로 아는 이야기를 찾아 읽을까. 안다고 여기면서 저 스스로 안다고 여기는 이야기가 참으로 어떠한가를 조금도 안 살피거나 처음 알았을 때 그대로 살아가려나. 모르는 사람은 저 스스로 모르니까 찾아서 읽을 수 없을까. 모르기에 그저 모르니까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하거나, 몰라도 살아가며 어려움이나 힘겨운 일이 없다고 느껴 그저 이대로 살아가도 좋다고 여기려나.

 아는 책을 굳이 읽어야 하나. 모르는 책을 읽는대서 느낄 수 있나. 아는 책이기에 더 새롭게 알아차리거나 더 깊이 느끼거나 더 남달리 보듬는 삶을 어우르며 읽을 수 있나. 모르는 책이라서 고개숙여 고마이 여기면서 읽거나 새삼스레 놀라며 즐거이 읽거나 이제껏 얼마나 까막잡이였는가 뉘우치며 반가이 읽을 수 있나.

 알기에 기쁘게 집어든다. 모르기에 고맙게 쥐어든다. 알아서 한 번 더 펼친다. 몰라서 처음으로 펼친다.

 알아보기에 눈빛을 밝히면서 책시렁에서 뽑아든다. 여태 몰라보던 나날이었으니까 눈알을 굴리면서 책꽂이에서 살며시 뽑는다. 읽는 사람은 두 갈래이다. 알기에 읽고, 모르기에 읽는다. 안 읽는 사람은 두 가지이다. 안다고 생각해서 안 읽고, 그저 모르니까 안 읽는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옆지기와 아이들이 늘 똑같은 모습·삶·넋·몸인 적은 없다. 하루하루 새로워진다. 내가 무엇을 안다 하더라도 내가 살아온 길에 따라 언제나 달리 바라보면서 알기 마련이다. 오늘은 오늘만큼 알고, 글피에는 글피만큼 알겠지. 너르게 사랑하고 따스히 믿고 싶어서, 같은 책을 되풀이해서 읽는다. 곱게 돌보며 살가이 어깨동무하고 싶기에, 낯선 책을 어린이마음으로 읽는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살아내며 다 다른 삶을 다 다른 이야기로 일군다. 자전거를 다루는 책이든, 사랑을 들려주는 책이든, 다 다른 사람들 다 다른 삶이 깃들었으리라 믿으며 신나게 읽는다.

 삶을 아름다이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은, 날마다 거듭나는 넋으로 예쁜 말꽃을 피운다. 말꽃을 읽는 사람은 말숨을 어여삐 쉬면서 말씨를 가다듬고 말꿈을 키운다. 살아가는 사람은 살아가는 숨결을 이야기로 실어내어 살빛을 살찌우는 살림열매 나눈다. (4344.8.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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