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아파트
사람들은 숲을 밀어내고 아파트를 짓는다. 사람들은 숲 한복판에 아파트를 세운다. 사람들은 숲을 없애고 아파트를 올린다. 숲속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숲을 지키거나 가꾸거나 사랑하거나 돌보거나 하지 않는다. 오직 아파트에서 살아갈 뿐이다. 숲이 무엇이고 숲은 사람한테 어떠하며 숲으로 살림을 어찌 일구는가를 헤아릴 길이 없는 아파트이다. 아파트에서 머무는 동안 내 마음에서 숲이 자라지 못할 뿐 아니라 숲이 살아숨쉴 수 없는 줄을 깨닫지 못하고 말지만, 좀처럼 아파트에서 떠나지 않고, 아파트에서 벗어나려고 힘쓰지 않는다. 아파트는 끝없이 늘어날 뿐이다. 숲사람이 아닌 아파트사람이 자꾸 생긴다. 숲을 껴안으면서 숲사람으로 지내지 않기에, 숲책을 읽지 않는다. 숲이 아닌 아파트에서 아파트사람이 되어 아파트책을 읽기에, 숲책을 비롯해서 나무책과 꽃책과 논책과 밭책과 개구리책과 하늘책과 무지개책과 구름책을 거들떠보지 않고, 아예 못 알아보거나 못 느끼곤 한다. (4344.8.5.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