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담는 책 



 육십 리터들이 내 커다란 가방에는 내가 쓴 책을 여러 권 넣습니다. 이 책들을 늘 들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길에서 마주하는 고마운 이한테 슬며시 선물하곤 합니다. 그러나 퍽 오랫동안 고마운 이를 못 만나 마냥 가방 무게만 무겁게 하기도 합니다. 헌책방마실을 한다면 헌책방 일꾼한테 드릴 책을 여러 권 챙기니 이 책들 무게가 꽤 나갑니다. 나는 한두 군데 헌책방이 아닌 모든 헌책방을 다니려 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쓴 책이 나올 때에 글삯을 받지 않고 책을 받습니다. 책을 내놓아도 돈을 벌지 못합니다. 책으로 글삯을 받아 책을 선물하고 살아가니 벌이가 영 시원찮습니다. 그러나 내가 쓰는 모든 글은 내 둘레 고마운 사람과 헌책방에서 샘솟습니다. 내가 하루 열 시간 남짓 들여 집일을 하며 어설피 건사하는 살붙이한테서 비롯하는 사랑으로 글을 씁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합니다. 옆지기를 만나지 않고, 두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나 홀로 돌아다니면서 나 혼자서 누릴 겨를이 아주 많았을 뿐 아니라, 책값으로 돈을 꽤 많이 썼을 테고, 이래저래 글을 훨씬 많이 썼을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옆지기와 두 아이 때문에 내 온삶이 책읽기하고는 자꾸 멀어지고 말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으로 삶과 사람과 사랑을 읽기’가 ‘몸으로 삶과 사람과 사랑을 읽기’로 거듭나거나 새로워지곤 합니다. 날마다 열 시간 남짓 들여 집을을 하면서도 집살림을 옳게 건사하지 못하는데, 열 시간 남짓 들인다 해서 집일이나 집살림을 옳게 건사하기 만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쯤 해서는 집식구와 사랑스레 보금자리를 일굴 만하지 않다고 깨닫습니다. 다 다른 책을 날마다 열 시간 남짓 몇 해를 읽을 때보다 늘 같은 집일을 날마다 열 시간 남짓 몇 해를 할 때에, 더 깊으며 너른 삶과 사람과 사랑을 읽는 셈 아닌가 하고 몸으로 느낍니다. 가방에 담아 땀 뻘뻘 흘리며 짊어지는 책들은 집일을 하는 어버이로서 내 삶으로 받아들이는 고마움을 예쁘게 나누고 싶기에 선물하려는 책들입니다. (4344.8.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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