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닦기


 전주 헌책방거리 앞에서 택시를 탄다. 택시에서는 어김없이 에어컨 바람이 흐른다. 아이는 에어컨 바람이 몹시 싫다는 뜻으로 코를 손으로 감싸쥐고는 “냄새 나.” 하고 말한다. 택시 일꾼은 아이가 말하는 “냄새 나.”를 옳게 느끼지 못하리라. 그저 택시를 지저분하게 여긴다고 받아들일밖에 없으리라. 아버지는 “춥니?” 하고 말하며 손닦개로 아이 다리를 덮지만, 택시 일꾼이 이러한 말을 알아들을까. 아버지도 택시 에어컨이 싫고, 에어컨을 켤 때에 나는 냄새가 싫으며, 이보다 자동차에서 나는 플라스틱과 기름이 뒤섞인 냄새가 싫다. 자동차 앞에 붙은 엔진이 달구어지며 나는 냄새는 고스란히 자동차 안쪽으로 스며드는데, 이러한 냄새를 느끼는 어른이 참 드물다. 아이가 낯을 찡그리며 내리고 싶다 하지만 내릴 수 있나. 이러다가 아이가 발을 툭툭 놀리더니 택시 앞자리 한쪽을 흙 묻은 신으로 건드리고 만다. 택시 일꾼이 아이를 나무란다. “가만히 있어!” 짜증이 잔뜩 묻어난 목소리이다. 아버지는 “벼리야, 네가 신으로 이렇게 더럽히면 안 되잖아.” 하고 말하며 한손으로 흙 묻은 자리를 삭삭 닦는다. 말끔히 닦으려 하지만 다 닦이지는 않는다. 휴지에 물을 묻혀 닦아야 하는가 보다. 손바닥으로 여러 차례 훔친다. 아이가 밥집 같은 데에서 물을 쏟으면 아버지는 걸레를 찾아서 바닥을 훔친다. 아이가 길에다 무언가 쏟으면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어 말끔히 닦은 다음 비닐봉지 하나를 꺼내어 휴지를 넣고서 어딘가에서 쓰레기통을 보면 그때에 넣는다. (4344.8.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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