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은 옷, 얻은 책, 얻은 삶


 첫째와 둘째한테 입히는 옷은 하나같이 얻은 옷입니다. 누군가 여러 해 예쁘게 입으며 무럭무럭 크고 나서 곱게 물려준 옷입니다. 때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나 이모가 고맙게 새로 사서 선물한 옷입니다. 아이 옷 가운데 어버이로서 새로 장만하여 입히는 옷은 양말 한 켤레뿐 아닌가 싶습니다.

 내 돈을 들여 장만하는 책이라 하더라도, 이 책에 깃든 이야기는 돈으로 사거나 얻지 못합니다. 내 돈을 들여 장만하는 책이라면 내 책이라 할 테지만, 내 책이라 해서 내 책으로 삼는 종이뭉치에 깃든 이야기를 내가 일구거나 엮지 않습니다. 고마운 이웃이나 동무가 온삶을 바쳐 알뜰히 일구거나 엮어 내놓아 선물해 준 책을 고작 돈 몇 푼을 들여 쉽게 얻을 뿐입니다.

 나는 내 아이한테 새로운 삶을 선물합니다. 나는 내 어버이한테서 새로운 삶을 선물받습니다. 나는 내 옆지기한테 새로운 삶을 선물하면서, 나는 내 옆지기한테서 새로운 삶을 선물받습니다. 나는 내 아이한테 새로운 삶을 선물한다지만,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내 아이한테서 노상 새로운 삶을 선물받습니다. 내 어버이는 나와 같은 아이한테서도 새로운 삶을 선물받을까요. 내 동무와 이웃은 저마다 사랑스러운 삶을 일구면서 당신 삶을 알뜰히 돌볼 뿐 아니라, 당신 둘레 고운 곁사람한테 고운 넋을 선물합니다. (4344.8.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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