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시외버스 냄새. 많은 사람들. 시끄러운 소리. 바람도 햇볕도 흙도 물도 모두 설거나 메마르다. 길을 나서며 어디를 다닌다는 뜻이란 무얼까. 돈을 들여 돈을 쓰는 마실이 아니라, 삶을 들여 사랑을 나누는 마실이란 어떻게 해야 이루어질까. 읍내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일구고, 시내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돌볼까. 어떤 돈을 왜 벌어야 하고, 어떤 돈은 왜 써야 할까.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나무도 숲도 하늘도 냇물도 바라볼 수 없다. 오가는 자동차를 살피느라 진땀이 나니, 이 길이 어떤 길인가 생각할 틈이 없고, 아이랑 살가이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노래를 부를 수 없다. 오가는 자동차는 하나같이 너무 바빠 조그마한 골목에서도 마구 내달린다. 자동차에 탄 사람뿐 아니라 걷는 사람이나 자전거를 모는 사람조차 모두들 바쁜 빛이다. 길에서 먹을거리를 파는 사람이든, 길가 밥집에서든, 똥오줌 거름으로 일군 곡식이나 푸성귀로 먹을거리를 마련해서 팔지 못한다. 너무 바쁠 뿐 아니라 돈을 더 많이 더욱 빨리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율을 왜 올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주식을 왜 만들고 주식으로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살림집이 아닌 아파트를 왜 지어야 하고, 아파트값에 왜 이리들 목을 매거나 떠들어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새로운 자동차를 왜 만들어야 하고,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왜 자꾸 넓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손에 쥐어 들고 다니는 조그마한 전화기로 인터넷을 쓰고 무어를 하며 또 무어를 하도록 자꾸자꾸 더 크고 더 비싸며 더 대단하게 만들어야 하는 까닭을 잘 모르겠다.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까닭을 잘 모르겠다. 자동차를 몰며 서둘러야 하는 까닭을 잘 모르겠다.

 얼마나 바빠야 사람 삶일까. 얼마나 가멸차야 사람 삶인가. 얼마나 높고 반듯하며 대단해야 사람 삶이려나.

 교과서를 가르치는 제도권학교도 내키지 않지만, 자연이나 평화나 무엇무엇을 가르친다는 대안학교도 마땅하지 않다. 그저 책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자연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는 삶이요. 언제나 평화로운 살림살이인 한편,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일구거나 돌보거나 건사하면서 조용히 논밭을 일구는 조그마한 삶이면 넉넉하면서 따사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실을 다니면서 마실이 부질없다고 느낀다. 마실을 다니면서 마실 다닐 일을 되도록 줄여야 한다고 느낀다. 내 보금자리에서 조그맣게 옹크리면서 내 살붙이하고 오순도순 늘 얼굴 마주하고 살 부비는 나날이 고마우며 거룩한 줄을 느낀다. (4344.8.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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