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한테 책 읽히는 누나 2 아버지는 빨래를 하고 밥을 하느라 몹시 바쁘다. 식구들 밥을 먹이고 나서 설거지를 하며 밥상을 치우는데, 혼자서 방바닥을 잔뜩 어지르며 책을 읽던 첫째가 어느새 둘째 곁에 눕더니 그림책을 펼친다. 저번에 동생 곁에 누워 그림책 읽히던 일을 떠올렸을까. 그림책을 배에 얹어 한 장씩 넘기며 동생이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펼친다. 조잘조잘 노래를 하듯 떠든다. 그림책을 읽는 말마디가 아니라, 이제껏 주워들은 온갖 말마디를 아무렇게나 잇고 섞고 엮어 떠든다. 동생한테 그림책을 읽힌다며 번쩍 펼친 손이 동생 목을 누른다. 그래도 둘째는 저랑 놀아 준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 좋은지 같이 웃고 떠든다. 설거지하느라 물에 젖은 손으로 사진기를 쥐고는 한참 바라본다. (4344.7.25.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