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 쓰는 필름사진기 첫 사진
2010년 3월에 필름사진기 FM3A라는 좋은 녀석을 얻었다. 오래오래 쓰라면서 빌려주신 분은 로모사진기를 즐겨쓴다. 필름사진기로 캐논 이오에스 5번을 썼으나 이 녀석은 기계가 목숨을 다했고, 니콘 에프엠 2번은 여러 차례 도둑을 맞거나 잃어서 다시 사들일 돈이 없었다. 갓 얻어서 오랜만에 필름을 끼우고 찍은 첫 사진은 딸아이 잠든 모습. 2010년 3월에 얻어 그무렵에 찍은 필름을 2011년 7월에 이르러 비로소 스캐너로 긁는다. 열여섯 달 동안 필름 한 통 긁기 힘들 만큼 무슨 일이 많거나 바빴을까. 힘들거나 바쁘게 살았다면서 참말 집일이나 집살림을 옳게 건사했을까. 필름에 잔뜩 낀 먼지가 함께 긁힌다. 아이는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서 서른다섯 달 어린이가 되었고, 사진에 깃든 열아홉 달 아기는 그야말로 먼 옛날 옛적 모습 같다. 둘째를 낳고 나서 헌책방마실을 할 수 없으니, 필름사진기는 다시금 잠을 잔다. 이 필름사진기에 깃든 필름에 담긴 사진은 앞으로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까. (4344.7.21.나무.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