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자는 아버지


 두 아이와 옆지기랑 함께 살아가는 아버지는 낮잠을 잡니다. 새벽에 글쓰기를 하고 이른아침부터 집일을 하며 살붙이 밥을 차리고 나서 빨래를 한 뒤에 아이를 씻긴 다음 숨을 조금 돌릴 만하다 싶을 무렵 낮잠을 잡니다. 아이 둘이 깨어나 칭얼거릴 무렵부터 부산한 하루가 열립니다. 월요일이라 더 쌓이는 집일이 아니고 일요일이라 아무것 없는 집일이 아닙니다. 날마다 똑같은 집일이고, 언제나 똑같이 치러야 할 집일입니다. 토요일이기에 밥을 굶어도 되지 않습니다. 금요일이기에 땀으로 절은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될 까닭이 없습니다. 목요일에는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되지 않을 뿐더러, 수요일에는 똥오줌을 안 눈다든지 화요일에는 땀으로 끈적이는 몸을 안 씻어도 되지 않아요. 어제 하루 방바닥을 쓸고 닦았으니까 오늘은 살짝 지나가도 되지 않습니다. 어제 하루 아침저녁으로 두 번 씻었으니까 오늘은 끈적거리는 몸을 안 씻어도 되지 않습니다. 어제 하루 배불리 밥을 차려 먹었으니까 오늘은 밥을 굶자고 해도 되지 않습니다.

 날마다 짊어질 집일을 건사하면서 가까스로 낮잠 한 번 자며 숨을 돌립니다. 이때에 네 살 아이가 곁에서 함께 잠들어 주면 아주 고맙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일찍 일어나서 신나게 뛰고 소리지르거나 노래부르며 놀았으니, 살짝 한두 시간 눈을 붙이고 쉬면 더욱 신나게 뛰고 소리지르거나 노래부를 수 있을 테니까요.

 참말, 집에서 일하거나 살림하는 사람한테는 낮잠이 없으면 안 됩니다. 낮잠뿐 아니라 밤잠을 이룰 겨를조차 없이 힘겹거나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 퍽 많을 텐데, 하루하루 고마우면서 반갑게 맞아들여 즐거이 누릴 우리들은 하루에 한 시간 즈음, 낮나절에 모든 시름과 고단함과 어깨결림과 허리쑤심을 잊고 새근새근 맑은 얼굴로 꿈나라를 누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344.7.1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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