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만 읽어 이제


 저녁이 깊으면서 달이 뜨는 밤인데, 첫째 아이는 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두 시간째 “자, 이제 책 그만 읽자.” 하고 말하지만 아이는 말을 듣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작은 방에 불을 켜고 이곳에서 읽으라 하다가 잠자리를 깔고 아이 팔다리와 얼굴을 찬물로 씻은 다음 자라고 하지만, 잠을 자지 않는다. 불을 다 껐는데도 책을 들어 펼친다. 참다 못해 “책 그만 읽어 이제!” 하고 큰소리를 낸다. 그렇지만 아이는 제 책을 가슴에 품고 잠자리에 앉으려 한다. 히유, 너한테는 책이 즐거움이니. 너한테는 책이 좋은 동무이니. 이제 어머니한테 맡기자 생각하면서 부엌으로 가서 밀린 설거지를 한다. 아이는 어머니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논다. 설거지를 마친 다음 드디어 몸을 씻고 머리를 감으며 빨래 한 점을 한다. 아이는 아직도 노래를 부른다. 혼자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한동안 노래를 부르다가 스르르 곯아떨어질까. 아버지는 오늘도 책 한 줄 제대로 펼치지 못했고, 낮잠을 재울 무렵 첫째 아이와 나란히 누워 그림책 하나 펼치며 반쯤 들추다가 그만두었다. (4344.7.16.흙.ㅎㄲㅅㄱ)
 

 

(아침에 책 읽는 어여쁜 모습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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