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눈 164 : 내 삶에 따라 읽는 책


 《도깨비를 혼내버린 꼬마요정》(한림출판사,2000)이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이 그림책을 안다면, 아이 어버이라든지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교사라든지 어린이책을 좋아하는 어른이라든지 책마을 일꾼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지 않는 어른이나 둘레에 아이가 없는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을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교사가 아닌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사라면, 또 대학교 교수라면 어린이책을 애써 읽으려 하지 않아요. 책마을 일꾼이라 하더라도 어린이책을 만들거나 다루지 않는다든지, 책마을 이야기를 글로 쓴달지라도 어른책 이야기만 쓰는 사람은 이러한 그림책이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저마다 알거나 읽거나 즐기거나 아로새기는 책이 다릅니다. 스스로 어떠한 길을 사랑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느냐에 따라 내 마음으로 받아들이려는 책이 다릅니다.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가장 많이 읽는 책입니다. 어린이책은 어린이부터 읽는 책입니다.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어린이책은 어린이도 즐거이 읽도록 마련한 책입니다.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이라는 말이나 ‘어른이 읽는 동화’라는 말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어린이책은 어린이만 읽도록 만들지 않으니까요. 동화책이나 그림책이나 모두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도록 만듭니다.

 설마,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어떠한 어린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읽을 책을 스스로 돈을 벌어 장만할 수 없습니다. 모든 어린이가 읽는 모든 어린이책은 ‘어른이 일을 해서 돈을 번 다음, 이 돈으로 책방에 마실을 가든 누리집을 뒤적여 집에서 소포로 받든’ 해야 합니다. 어린이책을 책방에서 사들이거나 도서관에서 빌릴 때에 ‘늘 어른이 먼저 읽거나 살피’기 마련이에요.

 그림책 《도깨비를 혼내버린 꼬마요정》은 참 예쁘며 시원한 그림에다가 참말 어여쁘며 시원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림으로 빚어 나누는 문화나 예술이라면 현대회화나 정통회화에 앞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는 그림책’만큼 돋보이거나 아름다울 문화나 예술은 둘도 없지 않겠느냐 싶도록 사랑스럽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깨비를 혼내버린 꼬마요정》을 장만해서 읽는다더라도, 이 그림책이 어떻게 즐겁고 얼마나 고운가를 못 느낄 어른과 어린이가 꽤 있습니다. 제아무리 빛나는 그림책이라지만, 빛나는 속살을 읽을 빛나는 내 삶이 못 된다면 빛나는 책 하나를 가슴으로 품지 못해요. 돈을 더 벌기를 바라며 사는 책, 영어시험 점수를 높이려고 사는 책, 진급이나 승진을 바라며 처세를 잘하려고 사는 책, 재미난 이야기만 좇으며 사는 책, 베스트셀러라는 유행에 휘둘려 사는 책, …… 이런저런 책은 모두 내 삶이 어떠한가를 보여줍니다.

 고운 넋으로 고운 삶을 일굴 때에 고운 글을 쓰면서 고운 책을 빚습니다. 고운 얼로 고운 말을 나누며 고운 사랑을 어깨동무할 때에 고운 책을 알아보며 즐깁니다. (4344.7.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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