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한테 책 읽히는 누나


 어머니가 저한테 했듯이, 아버지가 저한테 하듯이, 첫째 아이는 둘째 아이 곁에 누워서 조그마한 책을 위로 척 올린다. 석 돌을 앞둔 첫째는 한글은커녕 알파벳 하나 모른다. 한글책인지 영어책인지 모르면서 영어 그림책을 어떻게 골라내어 펼쳐 들고는 제 동생한테 읽어 준다. 알아들을 수 없는 쫑알쫑알 말마디를 쉴새없이 읊는다. 펼친 쪽에서 웬만큼 쫑알쫑알 했다 싶으면 가슴에 책을 대고 다음 쪽으로 넘겨 다시 쫑알쫑알 노래를 한다.

 요즈음 들어 집일에 너무 치이면서 첫째한테 그림책 읽히기를 거의 못하며 지나간다고 새삼 깨닫는다. 어머니는 몸이 아프고, 아버지는 집일에 허덕이느라, 첫째랑 살가이 어깨동무하면서 그림책을 읽지 못하는데, 첫째 아이는 제 갓난쟁이 동생한테 어여쁜 짓을 하는구나. (4344.7.13.물.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