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씨앗


 복숭아를 달콤하게 먹고 나면 굵직한 씨앗이 나옵니다. 복숭아 씨앗은 딱딱한 껍데기에 싸여 안쪽에 곱게 깃듭니다. 이 씨앗이 보드라운 흙 품에 안겨 힘차게 뿌리를 내리면 복숭아 새싹이 돋고, 이 복숭아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서 복숭아나무로 큰다면, 사람들이 맛나게 즐기는 복숭아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복숭아 씨앗부터 돌보아 어린나무로 키운 한 그루를 장만해서 복숭아나무를 심어 복숭아를 얻을 수 있겠지요. 누군가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해서 돈을 번 다음 복숭아 열매를 저잣거리에서 장만할 수 있을 테고요. 어느 쪽이 되든 복숭아를 먹기는 똑같습니다. 스스로 복숭아나무를 돌보며 복숭아 열매를 얻든, 돈으로 저잣거리에서 복숭아 열매를 사든, 복숭아를 먹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나, 복숭아 한 알을 먹는 매무새와 삶은 서로 다릅니다.

 손수 모판을 만들어 모를 심은 다음에 피를 뽑고 논둑 김을 맨 다음 낫으로 벼를 베어 낟알을 하나하나 떨군 다음 키질을 해서 돌을 고르고, 나중에 방아를 찧어 겨를 벗긴 다음 쌀을 조리로 일고 나서 잘 씻어서 쌀뜨물로 된장국을 끓이고 이 쌀로 밥을 지어 먹을 때에는, 그저 돈만 벌어 쌀을 사다 먹을 때하고 같을 수 없겠지요.

 어느 쪽이 가장 옳은 삶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자가용을 몰면서 살아야 합니다. 자가용으로 씽씽 내달리지 않고서는 바쁜 일을 치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몹시 바쁘고 힘들면서도 자가용을 몰지 않고 자전거를 몰거나 두 다리로 걷거나 버스나 전철을 탑니다.

 옳으니 그르니를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됩니다. 꼭 따져야 한다면, 내 삶을 어떻게 빛내고 내 꿈을 어떻게 펼치며 내 하루를 어떻게 즐기느냐를 따져야 합니다. 오늘 하루도 새벽부터 밤까지 집일과 아이돌보기를 하느라 꼬박 보내느라 책을 한 번도 손에 쥐지 못합니다. 아니, 손에 책을 쥐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손에서 물기 마를 겨를이 없으니 이대로 휘몰아치면서 눈이 저절로 감겨 고스란히 곯아떨어질 판입니다. (4344.7.11.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