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책읽기


 어린 날, 어머니가 집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고 떠오릅니다. 어머니가 글을 모르기에 책을 안 읽으셨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글을 읽을 줄 알고 쓸 줄도 압니다. 그러나, 집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집에서 마주보는 어머니 모습이란, 일하고 살림하는 모습입니다. 집일을 하고 부업을 하며, 집살림을 건사하는 모습입니다.

 두 아이하고 아픈 옆지기랑 살아가자니, 참으로 책을 손에 쥘 겨를을 낼 수 없습니다. 아는 분한테 아이 얘기를 알리자며 전화를 걸자고 생각하더라도 이 일 저 일에 치여 전화기 단추 누를 틈을 내지 못합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어버이로 살아가는 자리에 서기 앞서 내 마음과 삶을 살찌우는 책을 읽지 않는다면,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제금날 때까지 손에 책을 쥘 수 없는지 모른다고.

 집일에 바쁜 어버이가 신나게 함께 놀지 못하기에, 네 살 아이는 일찍부터 혼자 책읽기에 빠져들곤 합니다. 돌이켜보면, 나도 어린 날 집밖에서 동네 동무들이랑 신나게 뛰어놀거나 집안에서 만화책에 신나게 빠져들었습니다. 다만, 내 눈에는 일하는 어머니 모습이 늘 아로새겨졌고, 어버이로 살아가는 나한테는 내 아이가 오늘날 저희 아버지한테서 일하는 모습이 아로새겨질까 궁금합니다. (4344.7.1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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