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자전거, 아저씨 자전거


 일본 사진쟁이 아라키 노부요시 님 사진책 《ト-キョ-·アルキ》(新潮社,2009)를 읽다가 문득 생각한다. 아라키 노부요시 님 사진기에도 ‘애 둘을 태우는 아줌마 자전거’ 모습이 들어왔고, 어김없이 찍혔다. 아이 하나는 자전거 앞이나 뒤에 걸상을 붙여 앉힌 다음 아이 하나는 등에 업고 마실을 다니는 아주머니가 한국이나 일본이나 유럽이나 미국이나 꽤 있다. 이러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분 또한 제법 많다.

 그런데 한 가지는 없다. 아이를 둘씩 자전거에 태우며 저잣거리에 장보러 다니는 아주머니는 있지만, 아이를 하나라든지 둘을 자전거에 태우며 저잣거리에 장보러 다니는 아저씨는 없다(또는 아주 드물다). 아이를 둘씩 자전거에 태우며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데려오는 아주머니는 흔하게 만나지만, 아이를 하나라든지 둘을 자전거에 태워 어린이집을 드나드는 아저씨는 없다(아니면 아주 드물다).

 이제는 아주머니도 자가용을 많이 몬다.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저씨는 으레 자가용을 몬다. 아주머니는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며 장보기를 마치거나 어린이집에 들러 집으로 돌아오고도 집안일을 시원시원 해낼 뿐 아니라, 밥도 예쁘게 차린다. 아저씨 가운데 땀 뻘뻘 흘리며 자전거로 아이들을 태운 다음, 집에서 집안일을 거뜬히 치르면서 밥 또한 곱게 차리는 이는 얼마나 될까. 아저씨들은 자전거를 몰아도 혼자 씽씽 내달리는 비싸구려 자전거에만 눈길을 두곤 한다. (4344.7.1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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