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짜는 손목


 둘째 갓난쟁이 쉰 날째. 날마다 마흔 장쯤 똥오줌기저귀를 빨 뿐더러, 첫째와 옆지기 옷가지에다가 내 옷까지 빨고 걸레와 행주를 빤다. 저녁나절, 밥 차리느라 미룬 기저귀 열 장을 빨고 나서 물을 짜는데 손목을 못 돌리겠다. 찌르르 하고 아픈데 억지로 참으며 마무리짓는다. 이동안 새 오줌기저귀 두 장이 나오고, 빨래하다가 살짝 쉬며 첫째랑 둘째를 씻긴 다음, 둘째 배냇저고리를 더 빨자니 손목이 참 시큰거린다. 저녁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는데, 빈 그릇 들고 부시기도 버겁다. 땀을 또 몇 바가지 흘린 터라, 찬물로 몸 좀 씻으려고 하니, 물을 담은 작은 대야 쥔 손이 힘겹다. 집일에 파묻힌 아버지가 제대로 놀아 주지 못해 심심한 첫째는 홀로 방바닥에 앉아 한 시간 즈음 그림책을 본다. 첫째가 재미있게 본 책을 아버지도 보라며 건네는데, 책을 받아 책장을 넘길 힘이 없구나. (4344.7.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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