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책읽기


 나는 내가 읽고 나서 좋았다고 느낀 책을 덮으면, 나 스스로 참 좋구나 하고 느낀 넋으로 좋은 사랑을 담는 느낌글을 씁니다. 이와 함께, 내가 읽으며 참 얄궂구나 싶은 책이 있을 때에는, 이 얄궂구나 싶은 책을 바라보는 슬프며 괴로운 느낌글을 쓰고야 맙니다.

 달팽이는 빨간 열매를 먹으면 빨간 똥을 눕니다. 달팽이는 푸른 잎사귀를 먹으면 푸른 똥을 눕니다. 달팽이는 노란 꽃을 먹으면 노란 똥을 눕니다. 사람도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똥빛과 똥내와 똥꼴이 달라집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누구랑 이웃으로 지내느냐에 따라 말과 글과 넋과 꿈이 달라지겠지요.

 빨간 열매를 먹고 나서 하얀 똥을 누기를 바랄 수 없고 바라서도 안 되는데, 어떠한 책을 읽더라도 어떠한 사람을 마주하더라도 어떠한 일을 겪더라도, 내 몸에서 샘솟는 웃음과 눈물을 사랑말과 믿음글로 가다듬을 수 있는 삶이 되자고 새삼스레 다짐합니다. 내 책읽기가 사랑읽기로 거듭나고, 내 글쓰기가 사랑쓰기로 새로워질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4.7.3.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