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가시


 오이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겉에 오돌토돌 돋은 뭔가가 있구나 하고 느끼지만, 있거나 없거나 날로 그냥 먹어 버릇했다. 다른 사람이 먹도록 차릴 때에는 손바닥으로 슥슥 훑어서 썰었다.

 오이를 딸 때에 손바닥이 가시에 찔린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나는 오이를 따며 장갑을 낀 일이 없다. 그냥 맨손으로 딴다. 뭔가 손바닥을 간질이지만, 이 간질이는 녀석이 가시라고 여기지 않았다.

 문득 예전 어머니들을 떠올린다. 빨래기계가 없던 지난날, 고무장갑이 없던 지난날, 실장갑이 없던 지난날 어머니들을 헤아린다. 집안일을 하든 집밖일을 하든, 으레 맨손으로 모든 일을 하던 어머니들을 생각한다.

 오이에는 틀림없이 가시가 있단다. 텃밭에서 오이를 따며 가만히 돌아보니 틀림없이 가시라 할 만하다. 두릅싹을 딸 때에도 두릅나무 가시에 찔려야 한다. 반창고라느니 연고라느니 하나도 없던 지난날 어머니들 손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예쁘장하거나 연기가 빼어나다는 연예인이 역사연속극에서 ‘어머니 차림’으로 멋진 모습을 뽐내는 일은 흔할 테지만, 또 잘생기거나 울퉁불퉁한 힘살을 뽐내는 연예인이 역사연속극에서 ‘아버지 차림’으로 훌륭한 말을 들려주는 일은 흔할 테지만, 오늘을 살아숨쉬는 어머니하고 아버지는 어디에서 만나야 좋을까. (4344.7.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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