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책읽기


 새벽 두 시 반에 번쩍 깬다. 저녁 열 시쯤 쓰러질 듯 가까스로 잠들었다. 첫째는 더 놀고 싶다며 앙앙 울고, 둘째는 토닥토닥 안아도 어머니가 젖을 물려도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잠자리에 네 식구가 드러눕고 불을 끄니 첫째는 금세 곯아떨어지고, 둘째도 어머니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었다. 새끼돼지 둘이 잠든 모습을 보고는 아버지도 곯아떨어진다.

 이래저래 뭔가를 알 수 없는 참으로 뒤죽박죽인 꿈누리에서 헤매다가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서 시계를 찾는다. 몇 시이지? 두 시 반이라는 숫자를 보고는 허둥지둥 첫째 엉덩이에 손을 댄다. 안 젖었다. 아직 쉬를 안 누었군. 여느 날보다 늦어서 걱정스러웠으나 잘 참았구나. 첫째를 덮은 이불을 걷고 두 손을 살며시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쉬, 쉬.” 하고 말한다. 아이는 발목이 꺾이고 무릎이 접히지만 용케 걸어 준다. 오줌그릇에 앉힌다. 아이 스스로 속옷을 내리고 쉬를 보아야 할 테지만, 몇 달쯤 아버지가 내려 주어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쉬를 다 눈 다음에도 아버지가 올린다. 이러고 나서 다시 아이 손을 잡고 잠자리로 오고, 잠자리에서는 아버지가 번쩍 안아서 눕히고 이불을 여민다. 굳이 번쩍 안지 않아도 되지만, 둘째가 있기도 하고, 아이가 싫다고 할 때까지는 이렇게 해 줄까 하고 생각한다. 길어야 열 살까지 이렇게 해 주겠나.

 아이가 다시 잠든 모습을 보고 나서 기지개 켤 틈 없이 보일러 단추를 누른다. 잠자기 앞서 해 놓은 기저귀 빨래가 얼마나 말랐는가 만진다. 방바닥에 펼쳐 말린 기저귀는 꽤 말랐기에 차곡차곡 접는다. 보일러 도는 김에 더 마르라 해 놓고는 그동안 쌓인 새 빨래를 한다. 바닥에는 열석 장이 깔리고, 새로 할 빨래는 열 장.

 잠자리에 들기 앞서 빨래할 때에도 손바닥이 제법 아렸고, 새벽에 빨래할 때에도 손바닥이 꽤 아리다. 그렇다고 이 빨래를 누가 해 줄 수 없다. 빨래기계를 들인다고 될 일이 아닐 뿐더러, 빨래기계 값은 꽤 비싸다. 더욱이, 우리 집에는 빨래기계 놓을 마땅한 자리가 없다. 빨래기계 값이라면 어머니 자전거랑 아이 자전거수레를 새로 장만하고 남는다.

 똥오줌기저귀 열 장을 다 빨고 빨랫대에 여섯 장 걸고 넉 장은 집안 이곳저곳에 옷걸이로 걸친다. 남은 기저귀는 일곱 장이고, 열석 장은 삼십 분쯤 뒤에 개어 둘째 머리맡에 놓아야지. 이제 아침까지는 걱정없다. 다시 시계를 본다. 세 시 이 분. 빗줄기는 쉬거나 끊이지 않는다. 다른 날이라면 달빛이 저물며 새벽 햇빛이 천천히 어우러질 무렵인데, 엿새째 이어지는 빗줄기 새벽은 더없이 조용하면서 어둡다. 좋은 새벽이다. (4344.6.2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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