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책읽기


 저녁에 똥오줌기저귀를 빠는데 손바닥이 아프다. 손바닥이 통째로 굳은살이긴 하더라도 새벽부터 이듬날 새벽까지 쉴새없이 빨래를 해야 하면 손바닥이 아프다. 빨래를 하는 사이사이에는 밥을 차리고 치우며 아이를 씻긴다. 게다가 요사이에는 책짐을 싸느라 날마다 두 시간 즈음 끈을 만지작거린다. 오늘은 모처럼 기운을 내어 저녁 잠자리에서 아이한테 그림책을 하나 읽어 주었다. 집일이 많다지만 아이하고 살가이 복닥일 겨를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아이 앞에서 어버이라 할 수 있겠느냐 뉘우친다. 투박하고 거칠며 딱딱한 손바닥으로 보드라운 아이 볼을 쓰다듬고 종아리와 허벅지를 꾹꾹 주무른다. 이 아이는 오늘 하루도 앉을 새 없이 뛰고 노느라 다리가 퍽 아팠겠지. 아이한테 팔베개를 살짝 해 주다가는 아이보고 제 베개를 베고 누우라 이야기한다. 아이는 제 베개를 베고 아버지 쪽을 바라보며 누워 키득키득 웃고 종알종알 떠들며 놀다가 어느새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하다가 까무룩 곯아떨어진다.

 자는 아이를 토닥토닥 한 다음 일어나서, 밤새 또 기저귀 빨래가 얼마나 나올는지 모르기에 똥기저귀 석 장을 빤다. 오줌기저귀 넉 장이 남는다. 석 장을 빨고 둘째를 옆지기하고 재우려고 애쓰는데 좀처럼 잠을 잘 자지 못한다. 한 시간 반쯤 울고 낑낑거리다가 비로소 잠든다. 이동안 똥기저귀가 새로 두 장, 오줌기저귀가 새로 한 장 나온다. 아이는 어머니 옷에까지 똥을 발랐기에 어머니 옷 빨래가 하나 더 나온다.

 두 시간쯤 쉬었다가 기저귀 넉 장쯤 또 빨아야지. 두 시간쯤 뒤에 물을 만지면 손바닥은 덜 아플까. 생각해 보면, 나는 이런저런 집일을 도맡기는 하지만, 바느질이나 뜨개질까지 하지는 않는다. 아이 옷을 내가 손수 바느질이나 뜨개질을 해서 입히지 않을 뿐더러, 이불을 꿰지도 않는다. 밥을 할 때에 절구를 들어 쌀을 빻아 겨를 벗기지 않는다. 장작을 패어 불을 땐다든지, 삭정이를 긁어모으는 일을 하지 않는다. 밭에서 푸성귀를 거두어들이지도 않는다. 어쩌면, 집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터라 손바닥이 아프다 할 만한지 모른다. 하루에 한 쪽이라도 책을 읽자며 다짐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한 쪽을 더 읽느라 내 손바닥이 더할 나위 없이 ‘일하거나 살림하는 사람 손바닥’이 못 되어, 자꾸 쓰라리거나 따끔거리는지 모른다. (4344.6.2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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