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숲길 어린이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면사무소를 다녀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논둑길로 접어든다. 더 빠른 길로 달리지 않는다. 자동차는 아예 들어서지 못할 논둑길에서 자전거를 달린다. 아이가 아버지를 부른다. “벼리 걸을래.” 하고 노래한다. 아이를 자전거수레에서 내린다. 아이는 흙길을 하얀 고무신으로 달리다가 걷다가 달리다가 걷다가 멈추다가 노래하다가 걷는다. 논둑에서 자라는 풀은 어느새 아이 키보다 훌쩍 자랐고 어른 키만큼 된다. 이 풀이 처음 씨앗에서 뿌리를 내려 줄기를 올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고작 두 달만에 이만큼 자란다. 아이한테 이 논둑길 풀숲이 어떻게 느껴질까. 논둑길 풀숲 사이로 걷는 아이 마음에는 무엇이 자랄 수 있을까. 아이 아버지는 요즈음 아이한테 그림책을 거의 못 읽힌다. 읽힐 만한 그림책이 잘 안 보인다. (4344.6.20.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