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씻기기


 내가 요즈음 ‘여느’ 아버지처럼 집 바깥으로 나가서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었으면, 집에서 일하고 살림하는 흐름과 삶과 멋과 맛과 고단함과 힘겨움 가운데 어느 한 가지조차 알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여보, 힘들었지?” 하는 말은 그저 하는 말이 될 뿐이다. 얼마나 힘든지를 하나도 모르는 채 건네는 말일 뿐이다. 힘들었겠거니 하고 생각하면서 읊을 수 있는 말마디로는, 이러한 말마디를 듣는 사람을 달래지 못한다. 스스로 힘든 삶을 겪어야 하고, 내 몸으로 무엇이 어떻게 힘드는가를 느껴야 한다. 겪지 않으면 느낄 수 없고, 느끼지 않으면 알 수 없으며, 알지 못하면 살아내지 못한다.

 아이 하나를 낳아 함께 살아가며 이래저래 보살피고 돌보며 먹이고 씻기고 살아온 지 꼭 세 해가 다 된다. 아이 하나를 더 낳아 두 아이하고 함께 살아가며 여러모로 보듬고 어르며 씻기며 지낸 지 이제 세이레를 지난다. 갓난쟁이한테 젖 물리는 일 하나는 아버지가 할 수 없다. 이 하나를 뺀 모든 집일은 아버지가 한다.

 먼저 갓난쟁이를 씻기고, 네 살 아이를 씻긴다. 두 아이를 씻기며 나온 옷가지를 빨래하고, 두 아이 옷가지를 빨래하는 김에 나도 씻는다. 더운 여름날 씻었기 때문인지 시원하다며 잘 자는 갓난쟁이를 바라보고, 동생과 마찬가지로 씻은 터라 개운한 첫째는 혼자서 잘 놀아 준다. 이 틈에 바지런히 씻는다. 다 씻고 빨래를 마친 다음 마당에 빨래를 넌다. 후유, 밤새 똥기저귀 가느라 잠을 못 이루다가 아침부터 밥을 하고 미역국 끓이고 치우고 설거지하며 이 일 저 일 복닥이다가 씻으니 스르르 졸음이 쏟아진다. 낮 두 시 사십사 분. 첫째를 불러 살살 꼬드겨 같이 낮잠을 자자고 해야겠다. 오늘은 새벽 다섯 시 사십오 분에 일어난 이 녀석은 낮잠을 자야 칭얼거림이 조금 줄어드니까. (4344.6.1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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