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빨래


 밤새 틈틈이 깨어나 갓난쟁이 기저귀를 갑니다. 아버지가 스스로 일어나 기저귀를 갈기도 하지만, 옆지기가 아버지를 부르기에 벌떡 일어나서 기저귀를 갈기도 합니다. 밤새 쌓이는 똥오줌기저귀가 몇 장쯤 되는가를 헤아려 밤 빨래나 새벽 빨래를 합니다. 밤이나 새벽에는 넉 장까지 그대로 담그고, 다섯 장째부터 빨래를 합니다. 시골집은 밤이 되면 퍽 쌀쌀해서 새벽에 보일러를 돌립니다. 새벽나절에는 따순 물로 새벽 빨래를 합니다.

 아기가 빨래거리를 잔뜩 내놓으면 깊은 밤 한 시이든 두 시이든 빨래를 한 차례 더 합니다. 밤 열두 시에 겨우 등허리를 토닥이며 자리에 드러눕기 앞서 모든 빨래를 마무리짓습니다. 그러나 열두 시 땡 하고 지나고 나서도 으레 새 빨래거리는 나오고, 새벽 빨래를 하건 안 하건 밤새 잠자리에 들기는 어렵습니다.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사람은 밤잠도 새벽잠도 이룰 수 없습니다. 밤잠도 새벽잠도 이루기 힘든 터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종이기저귀를 채우는구나 싶습니다. 가뜩이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안에서는 집안대로 온갖 일에 시달릴 테고, 집밖에서는 집밖대로 돈벌이를 하느라 힘들 테니까요.

 새벽 세 시나 네 시 무렵에 새벽 빨래를 합니다. 시나브로 이른여름에 접어든 유월 첫머리 새벽은 퍽 밝습니다. 새벽 세 시 반쯤부터 희부윰합니다. 네 시를 넘기면 하이얗고, 네 시 반부터는 꽤 환하며, 다섯 시면 동이 다 틉니다. 더운 여름날 밭에서 김매기 좋은 때는 네 시 반부터 여섯 시 사이입니다. 나는 이무렵, 네 시 안팎에 새벽 빨래를 하면서 하루를 엽니다. 첫째 아이가 밤오줌기저귀를 뗄락 말락 하는 무렵에 둘째 갓난쟁이 똥오줌기저귀를 빨아야 하다 보니, 내 팔뚝은 남아날 겨를이 없고 숨돌릴 틈이 없습니다. 하루 내내 팔뚝이 저린 채 보냅니다. 둘째 아이가 석 돌이 될 네 살을 맞이할 무렵까지 새벽 빨래입니다. (4344.6.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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