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을 꺾어서


 읍내 장마당 마실을 가는 길목, 두 시간에 한 대 오는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버스가 몇 분 늦는다. 아이는 “버스가 늦네.” 하고 말하다가는 버스타는곳 둘레 풀밭에서 들꽃을 꺾는다. 꺾은 들꽃을 한손에 모아 쥔다. 이윽고 시골버스가 들어온다. 읍내로 가는 십이 분쯤 되는 길을 지나고, 읍내에 닿아 우체국에 볼일 보러 가는 길에서 몇 분 더 흐른다. 아이가 손에 쥔 꽃은 그새 고개를 폭 숙인다. 더운 날씨에 금세 시들고 만다. “꽃이 벌써 시드는구나. 흙에 놓고 가자. 꽃한테 미안하다고 말하자.” 아이는 손에 쥐던 꽃무더기를 흙자리에 살며시 내려놓는다. (4344.6.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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