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과 어린이


 둘째가 태어난 날부터 옆지기 어머니(아이한테는 할머니)가 시골집으로 찾아와서 함께 지낸다. 옆지기 어머니는 첫째하고 잘 놀아 주시기도 하고, 옆지기 미역국도 펄펄 끓여 주시기도 하며, 아버지가 집에서 치우지 못한 곳을 알뜰히 찾아내어 말끔히 치우시기도 한다. 무엇보다 둘째를 보살피는 몫을 많이 거들어 주신다. 두 사람이 함께 집일을 하니 아침부터 붙잡은 일손을 열한 시 반에 마무리짓는다. 한 사람이 홀로 집일을 하던 때에는 이른새벽부터 붙잡은 일손이 낮 한 시 즈음에 겨우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마무리된다고 하나, 청소나 빨래까지 끝마치지는 못하기 일쑤.

 옆지기 어머니가 집일과 집살림을 크게 거들어 주시기 때문에, 한 시름 덜면서, 밤에 둘째 기저귀를 갈고 빨며 잠이 모자라 조금 지쳐 쓰러질 때에 걱정을 안 하면서 살짝 등허리를 펼 수 있다. 등허리를 펴며 곰곰이 생각한다. 우리 집 첫째랑 둘째가 무럭무럭 자라서 저희 사랑하는 짝꿍을 만나 함께 살아가고 아이를 낳는다 할 때에,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몸이 몹시 나쁠 옆지기는 조금도 집일과 집살림을 거들지 못하리라 본다. 이때에 할아버지가 될 내가 첫째랑 둘째네에 찾아가서 일손을 거들어야 할 테지. 옆지기 어머니가 이 시골집에서 하는 일처럼 내가 첫째나 둘째네에서 이 일 저 일 쪼물딱쪼물딱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오래오래 튼튼하게 살아야 한다. 오래오래 내 몸을 잘 건사해야겠다.

 할머니가 그림책 하나를 쥐어 아이한테 읽힌다. 나는 할아버지가 될 때에 이렇게 또 그림책 읽기를 할 테지. 내 아이한테 읽힌 그림책을 내 아이가 낳을 아이한테도 읽힐 수 있기를 비손한다. (4344.5.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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