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꽃 지다


 퍽 일찍부터 피어난 딸기꽃이 하나둘 진다. 딸기꽃은 이제 한창 지니까, 딸기열매는 이제부터 무르익으려 하며, 딸기씨가 송송 박힌 딸기열매를 맛보려면 유월이 지나야 한다. 햇볕을 쬐며 비바람을 맞고 흙에 뿌리를 내리는 딸기는 첫여름 맛난 먹을거리요, 하얀 딸기꽃은 봄을 부르는 숱한 예쁜 길동무 가운데 하나이다.

 봄을 부르던 숱한 꽃은 일찌감치 피었다가 일찌감치 진다. 그러나 딸기는 무척 일찍부터 꽃을 피우면서 꽤 늦게까지 꽃잎을 닫지 않는다. 어쩌면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피니까 몹시 오래도록 꽃을 피운다 여길 만하다. 딸기넝쿨을 보면 일찍 꽃을 피우는 데가 있으면서 느즈막하게 꽃을 피우는 데가 있으니까. 한꺼번에 몰아치듯이 피어나지 않는 딸기꽃이요, 그러니까 한꺼번에 몰아붙이듯이 맺히지 않는 딸기열매가 된다.

 딸기꽃은 작고 하얗다. 딸기씨는 더 작으며 까맣다. 딸기열매는 푸른빛에서 빨간빛으로 바뀐다. 꽃이 지고 열매가 맺은 뒤에는 딸기넝쿨만 덩그러니 남아 흙을 단단히 붙잡는다. 열매를 얻은 다음에는 넝쿨을 걷어낼 수 있을 테지만, 굳이 넝쿨을 걷어내지 않으면 겨우내 들자락 흙이 고스란히 살아남아 추운 겨울을 난 이듬해에는 말라죽은 넝쿨이 거름이 되어 새 딸기풀이 돋고 딸기꽃이 피며 딸기열매가 맺을 수 있다. (4344.5.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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