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시간 어린이


 둘째가 우리 식구한테 온 날, 첫째는 새벽 두 시 조금 지날 무렵부터 깨어나 함께 기다렸다. 아주 일찍 일어나 고단했을 첫째는 구급차를 불러 어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가는 동안 잘 견디고, 메마르면서 차가운 병원에서 멀뚱멀뚱 퍽 오래 기다려야 하는 동안 잘 참으며, 갑갑하면서 숨막히는 병실에서 잘 버텨 주었다. 그러나 열 시간을 이렇게 견디고 참으며 버틴 끝에 스르르 곯아떨어진다. 아이가 곯아떨어진 곁에서 아버지도 쓰러지고 싶지만, 아이 어머니 몸을 다스려야 하기 때문에 첫째가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졸음을 쫓으며 어머니 몸을 주무른다. 바야흐로 첫째가 고단한 잠에서 깨어날 무렵, 아이 손을 잡고는 병원 밖으로 나와 문방구로 찾아간다. 문방구에서 그림연필하고 그림종이를 산다. 병실에서 심심해 할 아이하고 함께 놀려고 장만한다. 왼손으로는 어머니 배를 쓰다듬고, 오른손으로는 그림연필을 쥐고는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린다. (4344.5.2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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